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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소에 잘 다루지 않는 칼럼 성격의 글을 하나 무작정 써보고 싶어져서 이렇게 펜을...아니 키보드를 들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약서 상에 나타나는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서 다들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갑과 을이라는 것은 순서상의 첫째, 둘째 혹은 전자, 후자 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영어에서의 A, B 정도의 의미를 갖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현재는 암묵적상하관계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갑'은 비지니스에서 비용을 지불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의뢰하는 쪽을 말하며 '을'은 대가을 받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을 말합니다. 이는 계약이라는 관계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관계로 한쪽은 대가를 지불하고, 한쪽은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갑'은 힘이 센 회사, 명령이나 지시를 할 수 있는 회사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을'은 힘이 센 '갑'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어도 참고 '갑'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을'이 아주 힘이 세다면, 반대로 '갑'이 '을'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발생을 하는데, 최근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애플KT관계입니다. 위에서 말한 '갑'과 '을'의 관계로 보면 KT는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폰을 사오는 '갑'의 위치에 있고,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돈을 받는 '을'의 위치에 있습니다만, 통상적인 '갑'과 '을'의 힘의 우위에 있어서 현실은 그 반대죠.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상황과 조건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갑'인 소비자를 자신들의 확실한 팬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기업도 초월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갑'인 소비자를 등에 업고있는 애플은 계약서상에 '을' 일지라도 '갑'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영어에서는 '갑'과 '을' 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the former, the latter 또는 the one, the other 등으로 많이 표현을 합니다. 그리고 파트너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상대를 지칭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파트너라는 말을 종종 가져다쓰려고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말만 파트너인 경우가 많은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 그것은 바로 '가치(Value)' 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치를 중요시 하지 않는 것이 요즘의 현실인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가치라는 것이 그냥 돈만 주면 만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오산입니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하는 회사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고자 하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가치로 인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한명 한명의 소중한 행복보다 오늘 몇대 팔리고 내일은 몇대 팔리고, 그래서 언제까지 몇대 판매를 돌파한다는 것만 머리속에 가득하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진정으로 고객이 제품으로부터 얻는 행복감 같은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위 자신들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은 분명 자신들의 소중한 가치들을 '을'이 만들어 주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고, 진정한 '갑'은 소비자인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갑'이 진정으로 '을'을 소중한 가치들을 제공하여 '갑'이라는 기업의 영속가능성을 높여주는 파트너라고 인식할 때 우리나라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 주는 사람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면, 다른 사람, 다른회사가 조건없이 많은 돈을 주면 가서 종 노릇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그런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하는것들은 어떤것이 수준높은 가치인가를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쩌면 '을'을 자처하는 회사들에게 있기도 합니다. '을'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비정상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수 많은 '을' 기업들 중에, 아무 기업에나 맡겨도 '갑'이 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런 '을'은 그런 대접을 받아도 사실을 할 말이 없습니다. 경쟁력이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죠. '을'의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오로지 해당 기업만이 창출해 낼 수 있는 진정한 수준높은 '가치'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가치를 얻기 위한 갑과 대등한 관계에서 제대로 된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저그런 아무나 시간만 좀 들이면 만들 수 있는 낮은 수준의 가치가 아닌, 독자적이면서도 수준높은 가치를 만드는 것을 기업의 제 1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을' 기업이 제대로 된 가치를 창출하고, 이런 가치를 필요로 하는 '갑'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줄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보다는 좀 더 높은 발전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앞서나가는 듯 하다가 하나씩 세계시장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분명 '갑'과 '을' 모두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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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als 한국 대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가지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허덕거리고 있죠
    이싸이트에 애플등 미국기업과 한국 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파트너쉽 인식을 잘 나타있습니다
    http://andykimm.tistory.com/18
    2010.07.29 07:56 신고
  • 프로필사진 삐니찌니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2010.07.29 11:02 신고
  • 프로필사진 laconic 을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엔 절대 공감입니다만 갑의 의식변화 없이는 힘든 부분인거 같아요. 얼마전에 시사프로에 나왔었는데.. 회사명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외국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은 한 중소기업의 이야기 였습니다.
    우리로 보면 갑인 외국 협력업체에서 파트너로 선정된 회사에 품질관리 노하우 및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서 파트너사가 경쟁력을 가질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갑들도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 갑사들은 파트너 선정과정부터 저가 공급만을 요구하면서 파트너사를 단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파트너사의 기술력이 좋아도 가격이 높으면 망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갑사들이 파트너사의 공급 단가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파트너사의 경쟁력이 곧 갑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0.07.29 1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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