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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저는 내일 이사를 합니다. 이사짐을 정리하다말고 잠시 앉아서 내일이면 다시 앉을 수 없는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내일이면 다시 앉을 수 없음이 어떤 아쉬움이나 서운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곳이, 혹은 그 것이 좋았건 싫었건 간에 마지막이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운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밤입니다. 비록 전세이긴 하지만 결혼 후 처음으로 우리가 살게 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의 의미는 부여해도 좋을 장소 같습니다. 이제 오늘이 그 마지막 밤입니다. 항상 만남은 낯설지만 헤어짐은 아쉬운가 봅니다. 내 집도 아니고 내가 살던 고향도 아니지만 2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곳에 정이 알게 모르게 들었나봅니다. 내일 부터는 이 동네에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웬지 섭섭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또 이곳은 잊혀지고 새로운 터전에 적응하겠죠.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인가봅니다. 처음엔 낯설지만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적응합니다. 그것이 일이건 사랑이건...아니면 비록 이런 건물일지라도 말입니다.

조금은 서운한 이별

다시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전세 시세가 그 사이 많이 올랐죠. 굳이 언론을 통해 접하지 않더라도 전세 시세는 체감을 할 수 있을 만큼 올랐습니다. 저희 집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이곳의 시세는 제가 초기에 들어온 가격보다 25%가량 올랐습니다. 전세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서 얼마를 올려달라고 하실까 ? 아니면 그냥 더 살으라고 하실까 ? 저는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특별한 연락을 하시지 않더군요. 특별한 연락이 없다면 묵시적으로 연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저 역시 별달리 먼저 연락을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벨이 울렸습니다. 주인아주머니셨죠. "잘 지냈어요 ?" "네~" 등의 인사가 오가고, 주인아주머니께서는 1년 정도 그냥 더 지내라는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부동산 시세에 밝은 분이 아니셨기에 약간은 기대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입을 통해 1년을 종전 시세로 연장하자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불과 이틀뿐이었습니다. 이틀 후 다시 울린 전화벨..'이상하다 왜 또 전화를 하셨지..?' 라고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이틀전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상당한 금액을 올려달라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주위에서 어떤 입김이 있지 않고서야 이틀사이에 그 큰 금액을 올려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직감을 했습니다. 전세 시세 오른것을 핑게로 세입자를 교체하면서 그를 통해 복비를 챙기려는 부동산의 수작이 분명했습니다. 전세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얼마얼마는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새로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라고 순진한 주인아주머니를 부동산에서 부추긴 것입니다. 화가 있는데로 난 저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마구 쏟아 부었습니다. 뭐 어차피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는 좀 풀리더군요. 부동산 주인에다가 대고 그런식으로 살지 말라는 말을 마무리로 퍼붓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새로운 시작

어찌되었든 저는 기분이 나쁜 상태라 이 집에서 계약을 연장하는 것은 금액을 떠나 내키지가 않았고 또 이런 저의 의사 결정이 통보되기도 전에 새로운 주인이 이미 가계약을 해버렸습니다. 이 모든일은 불과 24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입니다. 좋습니다. 저는 지금보다 훨씬 회사 가까운 곳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이사를 갑니다. 회사 주변이라 늘 지내덧 곳이기에 이사를 하지만 낯섬보다는 익숙함이 더 어울리는 동네입니다. 여튼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새로운 곳의 생활이 이 곳보다 훨씬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덕 부동산 업주에 대한 원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할것입니다. 부동산 중계업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직접 취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하게 될 모든 부동산 중계 거래는 제가 직접 하려고 합니다. 물론 자격증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제발 부동산 업주분들 안 그래도 서민들 삶이 어렵습니다. 전세값 오르면 당장 걱정부터 눈에 앞서는 것이 서민들입니다. 그렇게 살지 마십시오. 세상은 시장논리 하나로만 돌아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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