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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허정무, 그 둘의 인연은 참 길고 질긴 것 같다. 라이벌로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라이벌로 서로 상처도 주고 경쟁심도 주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둘은 정말 선의의 라이벌만은 아닌 것 같아 다소 씁슬하기도 하다.

이 둘은 7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양대 스타였는데요, 영원한 맞수인 고려대연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었죠. 이 둘은 각각 네덜란드독일에 진출하여 각 프로리그 첫 한국인으로 등록되어 활약을 했는데요, 한국이 32년만에 본선에 오른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동료로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동료이자 라이벌로 시작된 이 둘은 1998년 차범근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할 때, 허정무KBS 해설위원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여러가지로 많이 아쉬운 경기들을 보여주는데요...참 흥미로운 사실은 이 때 차범근을 월드컵 도중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몰고간 네덜란드전은 당시 히딩크가 감독을 맡고 있었죠. 차범근의 경질로 대표팀을 이어받은 허정무는 오래가지 못하고 아시안컵 부진을 이유로 다시 히딩크에게 대표팀 감독을 넘겨주게 됩니다. 이 3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재미나죠 ?

시간은 흘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제는 이 둘의 위치가 그대로 바뀌었습니다. 차범근은 SBS 해설위원으로, 허정무는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바꿈을 하게 되었죠. 시간은 오래 흘렀지만 결국 바뀐건 역할과 자리뿐이라는 것이 12년이라는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은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제가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를 비롯하여 많은 네티즌들과 세계 축구 전문가들은 모두 차두리의 플레이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고 실제 결과도 그리스를 2 대 0으로 누르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죠. 하지만 다음 경기 선발 명단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고, 차두리의 자리에는 오범석이 대신 출전을 하였습니다. 오범석 역시 좋은 수비수지만, 국제 경기 경험과 해외 선수들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갖고있으면서, 지난 경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차두리였기 때문에 교체는 약간 의아했습니다.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일단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를 보았는데, 경기 내내 차두리가 그리워졌습니다. 저만 그랬나요 ? '아...차두리가 있었으면...' 이라는 아쉬움이 경기 내내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물론 차두리가 나왔다면 4 대 1이 아니고 8 대 1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결과는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니깐요. 어찌되었건 경기는 끝이 나고,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서 왜 오범석을 선택했을까 ? 왜 계속 오범석쪽에서 뚤리는데 교체를 해주지 않는걸까 ? 라는 궁금증으로 인해 인터넷에 여러가지 검색들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고 많은 분들이 그랬었나봅니다. 인터넷에서 허정무와 차범근의 사이, 허정무와 오범석 아버지의 관계 등등 많은 추측성 글들이 있었고, 약간은 석연치 않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본질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정말로 그런 글들, 인터넷상에 나돌아 다니는 추축들은 그저 추측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연한 추측으로 감독 고유권한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허정무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뺐다' 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나서는 가만히 잠재우던 차두리에 대한 아쉬움이 감독에 대한 실망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물론 감독으로서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자기손으로 선발해 온 선수를 이제 고작 한 경기 뛴 상태에서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조국의 승리를 위해 뛴 그 선수에게 평생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을 개인적인 자리도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하는 감독이라니요...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설사 차두리가 큰 실수를 했다해도 감독으로서 감싸주어야지 그렇게 공개석상에서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교체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도 둘러 말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전술상의 이유라던가, 아르헨티나는 세밀한 수비가 더 중요하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도무지 허정무감독의 언사가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선수가 잘못했다면 감독 탓입니다. 왜 선수를 탓하나요? 그리고 국민들이 공감할만한 잘못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었나봅니다. 기자들도 궁금했나봅니다. '차두리의 플레이 중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라고 기자들이 묻자 허정무 감독은 '그런 부분은 팀 내에서 이야기 할 사항이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대답할 수 없다' 는 식의 답을 하더군요. 정말 기가 찼습니다. 더더욱이나 온 국민이 실망한 오범석의 플레이는 마음에 든다니 정말 할말이 없어졌습니다. 정말 오범석 아버지와의 인맥 때문은 아니겠죠 ? 그런 인맥이 있다면 허정무감독은 좀 더 명쾌하게 설명을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두리 평가에 구체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의 답변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팀 내에서 소화했어야지 기자회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입장을 바꿔봅시다. 국민들이, 또는 축구협회가 당신을 감독에서 경질을 할 때 '당신의 감독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교체한다' 라고 하면 어떨까요 ? 기분이 좋지 않고 이유가 궁금하겠죠 ? 그 때 답변을 이렇게 해 주는 꼴입니다. '당신의 감독 활동은 마음에 들지 않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말해줄 수 없다.' 어떤가요? 고개가 끄덕여지고 아주 명쾌한가요 ? 감독은 선수기용에 있어 절대 권한을 갖지만, 자기 마음대로 자신만의 잣대로 선수를 온 세상에서 평가하고, 그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권한을 갖고 있는것은 아닙니다.


1998년 차범근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당시 허정무해설 마이크를 잡았고, 이 마이크로 차범근에게 많은 질책(?)을 쏟아내었으며, 결국 이런 질책은 차범근을 월드컵 도중 경질이라는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히는 결과로 귀결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원성도 있었겠지만 그런 원성을 이끌어 내는데는 허정무 해설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보여집니다. 1998년의 대한민국 대표팀 전력으로 네덜란드에게 5 대 0의 패배와, 현재의 역대 최고라는 전력으로 아르헨티나의 1 대 4 패배. 과연 어떤 것이 더 나쁜 결과일까요 ?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차범근은 자신에게 그렇게도 매몰찼던 라이벌 허정무를 감싸주더군요. 잘 한 경기라고, 아쉬움은 남지만 좋은 경험이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그렇게 대표팀국민들을 다독여주었습니다. 이게 두 사람의 차이입니다. 그릇의 차이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월드컵, 정말 좋은 성적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공로가 허정무에게 간다면 그것은 솔직히 탐탁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국민의 한 사람이니 큰 뜻으로 진심으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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